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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HR) 트렌드

AI 시대의 규제, 콜로라도는 왜 선을 그었을까?

by 읽고 쓰는 인사쟁이 2025. 7. 20.

 

2025년 7월, 미국 콜로라도주는 역사적인 AI 관련 법안을 시행했습니다. 공식 명칭은 "SB 21-169: Consumer Protection for AI and Algorithmic Decision-Making"으로,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시스템이 사람에게 실질적 영향을 주는 결정에 사용될 경우, 투명성, 설명 책임, 편향 방지 조치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채용, 승진, 보상, 평가 등 HR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 기준과 시스템 관리 체계를 요구하고 있어, HR 업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핵심 요약

  • 콜로라도주, AI 관련 인사 의사결정에 대한 최초의 구체적 법적 기준 제시
  • AI가 인간에게 실질적 영향을 주는 판단에 사용될 경우, 편향 위험 방지 및 투명성 확보 필요
  • 기업은 AI 시스템의 목적, 사용 방식, 영향 등을 명시해야 하며, 시스템이 미치는 위험을 사전 평가하고, 감사 기록 보관 및 사후 설명 책임을 져야 함
  • 피해자는 AI 결정의 이유 및 데이터 출처 요청 가능
  • 벌금은 위반 시 최대 2만 달러까지 부과 가능
  • HR 기술 분야, 특히 AI 채용툴, 평가 시스템, 보상 알고리즘 등은 모두 해당

 

▶ 인사이트 : AI가 결정하면, 책임은 누가 지나요?

이 법이 시사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AI가 의사결정을 대신하게 하더라도,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한다는 것.

많은 조직들이 AI의 효율성과 속도에 기대어, 채용 자동화 시스템이나 평가 알고리즘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지원자의 이력서를 자동으로 평가하고, 사내 인재를 알고리즘으로 승진 추천하고, 심지어 직원의 생산성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성과를 예측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편향(Bias)이 개입되면 어떻게 될까요? 특정 대학 출신만 우대된다거나, 아마존의 사례처럼 여성 리더십 스타일이 낮게 평가되는 일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 결정을 내린 건 누구일까요? "AI가 그랬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HR이 AI를 어떻게 설계했고, 어떻게 감시하며, 어떻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했는가가 결국 책임의 핵심이 됩니다. 콜로라도의 법은 이러한 모호함을 제거하고, AI 의사결정에 윤리적 책임 체계를 부여합니다.


 

▶ Think Point

  • 여러분의 조직은 AI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요?
  • 알고리즘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진 않나요?
  • HR은 AI를 효율화 도구로만 쓰고 있나요, 아니면 공정성과 신뢰를 높이는 장치로 만들고 있나요?

 

▶ 실제 예시 : 여러분의 회사의 AI는 몇 점인가요?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A라는 한 회사가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과거 합격자 500명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지원자에게 ‘적합도 점수’를 부여합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대부분 30대 남성 엔지니어 중심이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해당 알고리즘은 여성이거나, 비전공자거나, 직무 경험이 다른 지원자에게 낮은 점수를 줄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원자는 왜 탈락했는지 알 수 없고, 기업도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모른다면, 그건 채용이 아니라 무의식적 차별의 자동화입니다.

콜로라도의 법은 이 경우, 기업에게 다음을 요구합니다.

  • 해당 AI가 사용하는 데이터, 분석 기준, 위험 평가 보고서 보관
  • 지원자 요청 시, 자동화 결정이 이루어진 이유 설명
  • 정기적인 편향 테스트 및 조정

이 모든 프로세스를 HR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고, 감사가 가능하도록 문서화해두어야 합니다.


 

▶ 저의 이야기: AI가 ‘편리함’이 아닌 ‘신뢰’가 되려면

저도 최근 사내에서 임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 챗봇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AI의 ‘결정력’과 ‘오류 가능성’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책이나 제도를 잘못 안내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직원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챗봇이 추천한 내용을 마지막으로 사람이 한 번 검토할 수 있는 ‘휴먼 서킷(Human Circuit)’을 넣는 구조를 고민 중입니다. '휴먼 서킷'이란 AI가 자동으로 처리한 정보나 판단을 최종적으로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하고 검토하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AI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구조인지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 AI와 함께 가는 HR, 윤리가 기본이 됩니다

이번 콜로라도의 사례는 단지 하나의 주(state)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의 AI법안(AI Act), 미국 뉴욕시의 AI 채용 툴 규제 등 세계 각국은 이미 AI 사용에 있어 공정성과 책임의 기준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법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조직이 기술을 신뢰받게 만드는 기반입니다.

HR이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AI를 '사람을 위한 기술'로 만들지 고민하고 설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